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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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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눌러서 들어주세요. 공홈 음원인데 소리가 큰 편 입니다!)

 

 

기  서 ,  어스름에 대한 기록 .

새벽녘의 어스름이 스민 향기가 고요한 정적을 가르며 주변을 가득 메운다.

(메인스트림 中 하이미라크 등장 씬 인용)


나이|불명

키|207cm

성별|남성

종족|밀레시안

 

(*접은글은 내용이 길고 소설 형식입니다.)

 

|기록자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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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년, 여름. 보고 문서 작성]
 …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스산한 느낌을 주는 남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외관 나이는 젊게는 20대 후반. 많게는 30대 후반으로도 보인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자세히 자주 들여다볼수록 나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기묘한 남자이다. 그도 그럴게 무표정한 낯과 서늘한 눈동자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으며, 주변을 오랜 시간 맴돌아 보아도 목소리나 어조를 듣는 것이 쉽지 않은 자였다. 특징되는 부분이 없다보니 나이를 유추하기 곤란한 자이다. (그의 실제 나이가 몇백 살이라 주장하는 자도 있는 마당에 외관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는 이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밤을 닮은 머리카락을 가졌는데, 끝부분은 항상 결벽적일 만큼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따금 그것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여인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볼 만큼 시선을 끌고는 했다.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검고 생기 없는 눈동자는 때때로 무슨 까닭인지 전쟁의 여신(*모리안)처럼 금빛으로 번뜩이며 빛났다 곧장 침잠하곤 했다. 그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매료되는 부분이면서도 상당히 섬뜩하여 …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 종種 같다.)

 그의 생김새는 미남자에 가까웠지만 동시에 꽤나 독특했다. 정성스레 칼로 저며 가른듯한 눈꺼풀은 가로로 길게 쭉 찢어진 형상이었는데, 아이홀은 움푹 파여 눈매가 깊다 못해 다소 그늘져 보였다. 그것이 그가 이방인처럼 보이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얇은 눈꺼풀에 비해 짙고 선명한 눈썹은 위를 향해 시원스레 뻗어있었고 코는 칼로 재단한 듯 곧고 우뚝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다물린 입매는 잘 웃지 않을 것 같아 보이지만 … 의외로 흥미로운 대상에 한해 곧잘 웃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소리 내어 웃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웃을 때 입술이 그리는 호선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다난과 비슷한 외관의 종족이면서 키가 아주 컸는데, 그가 움직일 때면 검은 그림자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7척에 가까운 장신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고 어두운 옷을 즐겨 입었다. 또 강인하고 묵직해 보이는 몸은 쉽사리 덤벼들기 어려운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손에는 항상 반질반질한 윤기가 나는 검은 들소 가죽 장갑을 꼈고, 조사 기간 동안 목 아래로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적은 없었다.

 티르 코네일의 촌장 던컨에 의하면, 이 의문의 남자는 수십여 년 전 마을 어귀에서 처음 "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타난 남자는 주민들 사이에서 모리안 여신의 가호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여신의 것과 똑 닮은 그의 검은 깃털의 날개가 소문의 근거가 되었고, 전쟁의 신의 가호를 받은 듯한 신력이 그러하였다. 주민들은 그를 두려워하며 별에서 온 자─밀레시안─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p.s 
첨언하자면 그는 조금 별난 남자로 보인다. 밤이 깊어가는 자정 무렵 한가롭게 타라 왕실의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기행을 벌이거나, 던바튼 동쪽에 등장하는 너구리 가족을 구경하며 툭툭 건드리는 등 한량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세상 일에 일절 관심 없어 보이는데도 에린에 위기가 찾아올 때면 홀연히 나타나 평화를 도모하는 모습이라니 … 그를 지켜보는 존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만 하다 판단된다.

 무심하고 권력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에린의 위기에 주저 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은 그가 본래 영웅적 면모를 갖고 있는 건지, 혹은 밀레시안이라는 종족 특유의 성질인 건지 여전히 의문이다.



 최근 그가 에레원 왕의 신임을 받아 왕정 연금술사로 발탁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달도 뜨지 않는 밤, 탈렉과 같은 옷을 입고 커다란 트렁크를 든 채 은밀히 이동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곤 하여 왕궁에서는 검은 달의 교단 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어스름에 대한 기록자, (이 부분은 소실되어 있다.)

 

 

|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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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의 기억은 우습게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신열이 들끓는 무거운 머리를 손으로 움켜쥔 채 어딘가로 비틀거리며 걷고 있던 것이 기억의 시작이다. 한쪽 눈의 시야가 흐릿하게 빛무리 져서 걷고 있는 곳이 땅인지, 물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눈의 불쾌한 이물감이었다. 비벼도, 시야가 맑아지지 않았다. 혼곤한 시선 속 보이는 몸은 은은한 금빛 광채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빛무리에서 타인의 서늘한 전의와 살의를 느꼈다.
 모리안 여신의 저주 같은 가호 였다.


 다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뜬 곳은 티르 코네일의 촌장 던컨의 집이었다. 낡고 쾨쾨한 나무 냄새가 나는 그 집에서 눈을 떴다. 여전히 열이 끓고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사고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았으나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으나 이곳은 에린이며, 나의 기억 상당부분은 상실된 상태였다. 습관적으로 왼쪽 허리에 차두었던 검을 더듬거리며 찾았지만 촌장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얼마간 그의 도움을 받아 몸을 추스르고 나자, 이곳이 서역이나 먼 나라가 아닌 내가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상임을 깨달았다. 이전의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따금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조합하자 나는 아마도 …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관해 기억나는 것은 없었으나 짐작할 근거는 있었다─던컨의 설명에 의하면, 발견 당시 내 몸은 금색의 빛무리에 감싸여 있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고 한다. 온몸이 열에 들끓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처나 부상은 없었고, 그저 등과 심장 부근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낯선 흉터만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제 아무리 중원의 장로쯤 되는 고수라 한들, 심장을 관통하는 상처를 입고도 살 수는 없는 법. 흉터는 아주 오래 전에 입은 상처처럼 새 살이 돋는 기척도 없었다. 거의 평평하게 아문,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 고통스러운 흉터를 손끝으로 수없이 더듬으며 수십일 간 밤을 새며 기억을 헤아려야 했다.


 불편했던 한쪽 눈의 시야는 여전히 이상했다. 시력은 멀쩡했지만 끊임없이 금빛의 빛무리가 눈 앞에서 일렁이며 보였기에, 던컨에게 안대를 부탁해 시야를 차단해야 했다. 안대를 쓰자 비로소 요동치던 빛무리가 안정적으로 가라앉았다. 던컨의 말로는 일반적인 안대는 아니라고 했다. 성당 사제의 축복의 포션을 뿌려 제작했다나.

 티르 코네일에는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식욕이나 수면욕 등 기본적인 욕구가 소거 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지도, 자지도 않는 나를 보며 괴이한 것을 보는 듯한 시선이 점차 따라붙었고, 아직 혼란스러운 와중에 관심을 받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다.

 따라 붙는 불유쾌한 시선은 던컨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때때로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망령 같은 것을 떠올리는 것 같기도 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느낌은 아니었으나 던컨에게 부탁해 근처의 대장간에서 새 검을 구할 수 있었다.


 달도 뜨지 않은 밤, 어스름을 틈타 티르 코네일을 떠났다.

...

 이후로는 쭉 떠도는 삶이었다. 기본 욕구가 없는 것을 포함하여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몸이 되었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어리석은 짓은 반복하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는 기억도 희미한 고향과는 확연히 달랐다. 새로운 형태의 무기와 기술, 권능을 쉼 없이 익혔다. 본래 무인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썩 재밌었고, 먼 발치에서 다난을 비롯한 포워르, 신기한 생물들을 관찰하는 일상을 보냈다.


 부작용도 있었다. 환생을 거듭하면 할수록 작게 조각 나있던 전생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다. 죽지도, 먹지도 못하는 무욕의 시간의 연속이었다. 무엇 하나 욕심 나는 것도, 욕망하는 것도 없는 기계적인 삶이 이어졌다.

 그러다 에린을 위협하는 적이 나타날 때면, 다난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혐오하면서도 기대에 찬 표정을 짓곤 했다. 그에 응하듯 우습고 같잖은 영웅 행세를 했다. 그렇게 환생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권태로웠다.

 등에 돋아난 모리안을 닮았다는 날개가 한몸처럼 어색하지 않고, 과거의 기억이 영영 빛이 바랠 무렵, 베임네크와 조우했다.
 그를 통해 나의 존재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처구니가 없었다.


...

 여신을 구출한, 에린의 수호자, 드래곤의 기사, 그림자 영웅 … 그리고 새벽을 비추는 별.

 이방인에 불과한 내게 주어진 수많은 칭호들은 내 스스로 진정 원해서 이룬 것이 아니었다.

「신의 힘을 가지게 된 자는 낙원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신과 포워르의 힘을 가지게 된 밀레시안 또한 이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 세계로 무언가에 뒷덜미가 잡힌 것처럼 끌려왔던 그날부터, 생면부지의 세계를 내게 떠맡기고 지켜내라 종용한 자.

 모든 것의 시발점이자 모든 의무와 책임을 부여한 모리안을 증오한다.

 심장 부근의 상처를 움켜쥘때면 마치 환상통처럼─이미 아물어 감각이 둔한 곳임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거울에 비칠 때면 빛을 잃어 검게 가라앉은 눈동자와 마주하는 것 또한 고통스러웠다. 때때로 한쪽 눈이 금빛으로 번뜩이는 것조차 음산해 보였다. 등 뒤의 검은 날개도, 몸을 감싸는 금빛의 광채도. 이 모든 것이 과연 진정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본래의 나는 실재하고 있는 걸까.

 신의 체스말로 간택받은 것은 가호加護가 아니라 신벌神罰이었다.

 

 

|밀레시안과의 조우 (스포일러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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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불분명함은 잠들지 못하는 밤을 광기로 채웠다. 애매하게 휘발된 기억은 죽음 같은 적막 속에서 매일 신기루처럼 되살아났다 곧 스러졌다. 손에 잡히지 않고 새어나가는 모래알처럼.

 기 서.

 그것이 제 이름인 것을 알게 된 것은 티르 코네일을 떠나 두갈드 아일에서 야영을 할 때였다. 몸의 회복은 완벽했지만 정신적은 부분은 상당히 흐트러져 있는 상태였다. 달도 구름 뒤에 숨은 늦은 밤, 캠핑장 근처에서 모험가들과는 떨어진 한 켠에 모닥불을 켜고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주마등처럼 눈 앞을 스쳐가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었다.


「누구도 믿지 않으려는 사람은 동시에 누구에게도 신뢰 받을 수 없는 법이다.」
「그 오만함이 결국 그대를 죽게 할 것이오.」
「당신을 이 세계에서 없앨 수 있는 계약을 했거든요.」

 나이 든 백발의 노인과 젊은 남성. 그리고 젊은 여성이었다. 하나 같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은 나지 않았으나 다들 내게 척이라도 진 것인지 못마땅한 말만 쏟아내었다.

 이러한 일들이 드물지만 반복되다보니 이름으로 유추되는 단어의 조합을 통해 이 세계에 온 지 한참만에 이름을 온전히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름만 겨우 되찾았을뿐 기억은 여전히 이렇다 할 실마리를 잡기 어려웠다.


 잠이 들지 않는 몸이지만 밤이 되면 다난들의 눈을 피해 안전가옥에서 칼을 품에 안고 앉아서 자는 시늉을 했다. 눈을 감고 있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였다. 처음 1년은 우습지만 죽기 위한 노력도 했었다. … 그 노력들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다 못해, 나오를 마주치는 것이 껄끄러워질 지경이 되어서야 멈출 수 있었다.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다난과 어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세계에 온 이래 열 마디 이상 나눠본건 던컨이 유일했다. 그러나 고독이 두렵거나 저어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제 적성에 맞았다. 다만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으니 말을 잃을 것 같아 종종 다난의 마을에 섞여들어 지내긴 했다.

 언젠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리안과의 지긋지긋한 연결을 끊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


...

 에린의 삶에 완전히 익숙해져 영웅이 되고, 에레원과 친분을 쌓아 왕정 연금술사로서 활동하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다. 탈렉과 모르피드리아나스의 나사 빠진 천재성은 종종 놀라움을 안겨줬고, 그들이 몸 담고 있는 검은 달의 교단에도 흥미가 생겼다. 모리안이 알지 못하도록 물 밑에서 검은 달의 교단에 대한 정보를 뒤에서 빼돌리고 있었는데, 이것조차 빌어먹을 신의 안배 였던건지 피르안과의 만남으로 일이 모두 틀어졌다.

 다시금 '밀레시안' 을 찾는 에레원에게 불려가 검은 달의 교단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명을 받았다. 대놓고 휘저을 수 있다니 차라리 이쪽에서 원하던 바였다. ─베임네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와 만난 이후로 다시금 '밀레시안'  이라는 존재 의미에 대해 회고 하느라 주점에서 술을 버킷으로 마시기도 했다. 취하지 않는 몸이 된 탓에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모든 것이 권태롭고 우스웠다. 여신의 체스말 주제에 영웅이라고 숭배 받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자조 섞인 웃음 외에 취할 수 있는 체스처란 없었다.

...

 생각이 정리되고 결론 내린 것은 하나였다.

 분명 존재할 이 세계의 다른 '밀레시안' 의 존재를 찾는 것.
 그리고 그 밀레시안과 여신 모리안에게 복수하는 것.

 

 

|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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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01 : 출생
 기서는 본래 중원의 무림인이었다. 정파의 구파일방 중 화산파(華山派)의 최연소 장로 중 하나로, 차기 장문인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당시 화산파는 타 방파에 비해 이렇다 할 인재가 없었기에 기서의 존재 자체가 화산파의 자랑이자 간판이나 다름 없었다.

 워낙 출중한 실력과 정파다운 꺾이지 않는 기개,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흠모하는 이들 만큼이나 적도 많았다. 같은 화산파 내부는 물론이며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하물며 마교에서도 견제가 들어오고는 했다. 많은 이들에게 시기와 견제의 대상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모든 것에 무심한 태도로 수련에만 정진하였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자만에 빠지거나 정치질을 할 법도 한데, 기본적으로 남에게 관심이 없는 성격 탓에 사람을 곁에 두지 않고 지나치게 무공 수련에만 빠져 살았다. 타고난 성격 자체는 능청스럽고 사람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지만 유독 제 사람을 만들거나 챙기는 것을 귀찮아했다. 그저 매일 정순한 몸단장을 하고 스승과 연화봉에 올라 검을 휘두르고 심법을 익힐 뿐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기서는 더 무심히 굴었다. 화산파 내에서 논의할 거리가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했을때 가장 발언권이 세면서도 제 힘을 휘두르려 들지 않았으며, 이치에 맞게 흘러가도록 두었다.
 스승을 위시해 제자들을 겁박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겁박 당하는 제자들을 구하지도 않았다.

 화산 밖에서 기서의 평가는 나날이 올랐지만 정작 화산 내에서의 기서는 누구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불만을 품은 제자와 장로들이 손을 잡기 시작했다.

「누구도 믿지 않으려는 사람은 동시에 누구에게도 신뢰 받을 수 없는 법이다.」
 기서의 스승은 항상 그런 성향을 고쳐야한다 타일렀지만 이렇게 살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그후로도 스승 외에 가까운 사람을 두는 일은 없었다.

 이립이 되며 스승의 실력조차 뛰어넘었지만 실력에 대한 무수한 명성과 별개로 기서의 인간관계는 편협하기 짝이 없었다. 스승과 스승의 제자들, 그리고 장로 몇을 제외하면 왕래하는 문파원 조차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전생 02 : 데이르블라
 서른 다섯이 되어 정파와 마교 간 친교 무림대회에서 압도적인 무위로 우승한 기서는 스승의 강권을 이기지 못하고 약혼녀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 전까지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도 않는, 적당한 관계만을 유지했다. 저를 흠모하는 여인들이 섬서성 밖까지 줄을 설 정도였기 때문에 원한다면 걔중에 누구든 만날 수 있었으나, 기서는 취향인 여인과만 만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암암리에 도는 기서의 취향은 다음과 같았다. 1. 백옥 같은 피부일 것. 2. 흑단 같은 머리카락일 것. 3. 눈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간 고양이 상 미인일 것. 덕분에 곤륜파(崑崙派)의 곤륜제일미라 불리던 약혼녀와 사이가 상당히 좋지 못했다. 곤륜파 장로 태허진인의 고명딸로 태어나 공주 대접만 받고 자란 그녀는 몹시 아름다웠으나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처진 눈의 울망한 강아지 상을 한 귀여운 외모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데이르블라와 쌍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닮아있었는데, 후에 데이르블라를 만난 기서는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정파의 여식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기서의 취향과 부합하지 않는 자신을 길가의 돌만도 못하게 보는 것(정작 기서는 딱히 그런 생각까진 한 적이 없었고 그냥 관심이 없었다.)에 앙심을 품게 되었고, 결국 내연남과 작당을 하여 기서를 위험에 빠트릴 계략을 세우게 된다.


전생 03 : 모리안의 큰 그림 (차원이동의 배후)
 스승님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일까.

 약혼녀의 계략에 빠진 기서는 등 뒤에서부터 심장을 관통 당해 절명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화산파 장로 쯤 되는 고수가 뒤에서 다가오는 살기 한 줌을 눈치 채지 못할리가 없는데, 어째서 … ? 죽음에 대한 억울함 보다도 어처구니 없던 기서의 쓰러진 몸 위에서 낯선 목소리들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제 아무리 자신이 고수라한들 심장이 관통 당하니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몸이 차게 식어가며 순식간에 오한이 들었다.

「… 이 자가 정말 죽다니, 믿기 힘들군 … . 」
「그 오만함이 결국 그대를 죽게 한 것이오.」
「기서 … 날 너무 원망하진 마세요. ᛜᛝᛟᛡᛯ과 당신을 이 세계에서 없앨 수 있는 계약을 했거든요.」
「─계약을 이행하겠다.」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오고갔지만 점차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낱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부분은 기억되고, 일부분은 망각한 채 … 눈 앞이 금빛으로 스러지는 가운데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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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시안

~불멸자~

묘원
 : 왕성을 오가다 발견한 밀레시안.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으며 에린에서 출생하였다. 본인은 밀레시안임을 비교적 최근에 자각하였고 환생 경험이 없다. 라흐 왕성 근위대에서 기사로 복무중. 밀레시안이면서 특이하게도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베인과의 조우 이후 애타게 밀레시안을 찾아 헤매던 기서에게 발견되어 지금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 기서의 목적은 회유였으나 성적으로 끌려 육체적으로 엮이게 되어 서로 해소하는 관계. 최근은 기서가 많이 편해졌는지 타라에 있는 기서의 안전 가옥에서 함께 생활할 때가 많다. 주로 고양이로 변해 기서에게 귀여움을 받고 있다.

테베 :
묘원 이후로 알게 된 밀레시안. 전생에 대해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에린에서의 삶에 적응하는 중. 여동생이 있었던 기억 때문에 에린에서도 동생 또래의 여성에게 약하다. 영웅 노릇에는 영 관심이 없고 주로 용병일을 해왔는데, 임무 중 기서와 우연히 마주치며 서로 밀레시안임을 알게 됨. 현재는 기서가 묘원이 일하는 라흐 왕성 근위대에 꽂아주었기 때문에 묘원과 룸메이트로 지내고 있다. 틈만 나면 묘원이와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기서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 맨손 격투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에 기서와 맨손 대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관심 있는 대상 한정 물음표 살인마라 에린에 대한 많은 것들을 기서에게 물어보는 중.

요한 :
타라에서 향수 공방을 운영중인 조향사 밀레시안. 다난에게 우호적이고, 화술이 좋아 호감을 잘 사는 표면적인 이미지 때문에 평판이 좋으나 본심은 다난을 동류로도 취급하지 않는다. 매력적인 외모 때문에 귀부인들의 지나친 호감을 받아 난처한 남첩 제의를 받던 중 기서의 도움을 받게 되며 조우하게 된다.
기서도 하인을 시켜 종종 그의 향수를 구입한적이 있는데, 향을 맡자마자 보통의 향수가 아님을 알게 되고 은밀히 요한을 뒷조사한 결과 밀레시안임을 결론내린다. 이후 계획적으로 요한에게 접근했다. 귀부인들의 남첩 제의조차 기서의 계획이라는 설이 있다.
비밀이 많으며 은밀하고 그로테스크한 취미를 갖고 있으며, 기서가 소개해준 디에트로와 만난 후 그를 뮤즈로 삼고 있다.

~관계캐~

디에트로
 : 아주 오래 전, 누아자를 유폐 시킬 무렵 함께 유폐 시켰던 밀레시안. 당시의 기서는 디에가 명확히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으나 나오의 도움으로 그가 밀레시안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신들의 전쟁이 끝나고, 주밀레인 기서에 의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최근 베인과의 조우 이후 밀레시안에 집착하기 시작한 기서는 디에의 존재를 밀레시안으로서 인지하게 되고, 그의 감옥문을 열어주며 재회하게 된다. 100여 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그걸 정말 '알았다'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밀레시안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 기서는 디에를 보호하려 한다. 디에는 감옥으로부터도, 신들에게서도 자유로워진 삶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

류야야 : 무뚝뚝한 외양과 다르게 쑥스러움을 많이 타지만 솔직하고 진솔한 성격의 밀레시안. 밀레시안인 것을 알아챈 기서가 주변을 맴돌다 출장을 핑계로 류야가 용병일로 야영할때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있다. 모닥불을 피우고, 생선을 잡아다 구워먹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짐. 이후 술집에서든 던바튼에서든 종종 기서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가지며 친목 도모중.

 

 

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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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01 : 욕구
 기서 스스로는 제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 에린에서만 수백년을 살았다. 세계관 상 모든 메인스트림을 경험했고,  혼자 에린에 뚝 떨어진 이래로 에린에서 배운 스킬들을 폐관수련 하다시피 전부 수련했기 때문에 혼자서 보낸 시간이 상당히 길다. 본래 타고나길 강해지는 것에 집착하고 재능이 있는 재능충 먼치킨이기 때문에 시간과 정신에 방에 갇혔다 나온 사람처럼 그 시간을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 감각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수면욕과 식욕의 부재이다. 잠을 자지 않고 밥을 먹지 않으니 남들처럼 평범하게 다가오는 '제 때' 에 대한 인지능력이 현저히 낮다. 때문에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낮과 밤의 구분이 어느 샌가 무의미해졌다. 현재 기서에게 남은 욕구는 성욕뿐이다. 인내심이 강해 잘 참는 편이나, 참지 않아도 될 때는 잘 안다.


tmi 02 : 어투
 기서의 말투는 (찐)옛날 사람 특유의 예스러움과 라흐 왕성과 오래 교류한 영향을 받아 귀족적인 어조가 합쳐졌다. 베임네크와 비슷하지만 기름기 쫙 뺀 건조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그대는' 이라는 말을 쓴다.)ex) "에레원 … 그대는 지나치게 케이크를 좋아하는 듯 해. 매번 대접이 비슷하니 이것도 물리는군." 덧붙여 에레원과 단둘이 밀담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편이다. 기타 npc들도 메인스트림 내에서의 관계성을 유지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다만 알터와 멀린은 조금 귀찮아하는 편 … 차라리 카즈윈이나 프로페서J와 죽이 잘 맞는다. 톨비쉬는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하고 베임네크는 … 이하 생략.


tmi 03
 현재 머물고 있는 안전가옥은 타라와 이멘 마하, 던바튼, 아브 네아에 있다. 모두 실제로 거주하는 집이며, 정기적으로 왕성에서 보내주는 관리인들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가장 오래 거주하고 있는 집은 타라.
 밀레시안이자 왕성에서 근무중인 묘원과 알게 된 이후 타라로 거처를 옮겼다. 거처를 옮긴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침대를 가져다 둔 일이다. 기서는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가옥에 침대가 없었으나 묘원이 변덕을 부리고 싶을 때 찾아오므로 구비해두었다.